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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레와 계례 (성인식)

류창희 2017. 2. 21. 13:39


전통문화교양강좌




冠禮와 笄禮


사단법인 퇴계학부산연구원


강사 : 류창희


Ⅰ. 관례와 계례

관례(冠禮)는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사례중 첫 번째 의식으로 일반적으로 15세에서 20세 사이에 남자는 관을 쓰고 여자는 쪽을 쪄서 아이가 어른이 되는 예식을 통해 어른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의식을 갖게 하여,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육체적 성숙에 따른 정신적 성숙을 함께 이루고자 했던 의식이다.


  1. 관례와 계례의 의미

『禮記』「冠義」편에서 ‘대체로 사람이 사람답다고 하는 까닭은 예의 때문이다. 예의의 출발은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안색을 평정하게 가지며, 응대하는 말을 순하게 하는 데에 있다. 그런 후에 예의가 갖추어짐으로써 임금과 신하 사이가 바르게 되고, 부자(父子)가 서로 친하며, 장유(長幼)가 화(和)하게 된다. 그런 연후에 예의가 성립되는 것으로 관(冠)이 있은 뒤에 복(服)이 갖추어지며, 복이 갖추어진 뒤에 몸가짐이 바르게 되고, 안색은 평정하게 되며, 응대하는 말이 순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관이란 것은 예의 출발이라고 말하고, 이런 까닭으로 옛날의 성왕(聖王)들은 관을 중시하였다. 

관례의 절차에 담긴 의미를 살펴봄으로써 한국인의 의식 근저에 자리한 예(禮)문화의 뿌리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를 살펴보자. 

『예기』에 ‘남자로서 20세가 되면 곧 관례를 하여 성인이 되며 비로소 예를 배운다. 효와 제의 길을 돈독하게 행하고 스스로 널리 배우되 아직 남을 가르치지는 않으며, 안으로 받아들일 뿐 밖으로 드러내지는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여자는 출가를 허락하면 계례(笄禮)를 한다. 그러나 아직 허가(許嫁)하지 않았더라도 『예기』에서는 “15세에 계례를 하고 20세에 출가를 하는데 만일 사정이 있어 출가하지 못했을 때는 23세에 출가한다.”고 했다. 여자의 성인식인 계례는 보통 혼인 전후에 행해졌기 때문에 남자의 관례에 비해 그 형식이 보다 축소되어 혼례에 딸린 부수적인 행사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관례의 의미에 있어서도 성인식으로서의 원래의 의미보다는 친가를 떠나 시가로 가서 시댁 어른을 뵙고 인사드리는 것에 더 비중을 두었다.


관(冠)을 쓰게 된 유래는, 새와 짐승의 어린 것에는 볏이나 뿔이 없지만 성장하여 어미 품을 떠나 홀로 자립할 정도에 이르면, 드디어 볏과 뿔이 생겨 의젓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 무릇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에는 생성의 원리가 작용한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성인임을 뜻하는 관을 쓰고 비녀를 꽂는 것은 성인으로서의 책무를 지우게 하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2. 관례의 역사

우리나라에서 관례를 시행한 최초의 기록은 『고려사』에 보인다. 고려광종16년(965) 봄 2월에 “아들 유에게 관을 씌우고 왕태자 내사 제군사 내의령 정윤으로 책봉하고 여러 신하들을 위하여 연회를 베풀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유교에 의한 백성의 교화를 위해 관혼상제의 예를 국법으로 정하였다. 이로부터 왕실에서만이 아니라 일반 사가에서도 관례가 행해졌다. 공신과 종친의 후손이 미처 성년이 되지 않은 어린아이 때 벼슬길에 나가가는 폐단을 없애기 위하여 나이를 제한하고 있다. 비록 천자나 제후라도 또한 반드시 20세에 관례를 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도 있었다. 중종 21년 상소문에 의하면 “입에서 젖내가 가시지 않은 자제들도 관례를 치르게 되면 우선 벼슬에 나갈 것만 생각하고 공부는 생각도 않으며, 부형들도 학문을 권장하지는 않고 도리어 봉록에만 얼이 빠져 아침저녁으로 청탁하기에만 바쁜 실정”이라고 했다.

관례가 일반적인 의례로 확산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관례의 관복을 갖추는 데 따른 경제적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이에 정약용은 ‘가난하지만 예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가정의 형편에 따르라고 한다. 가문의 부를 과시하기위해 관직에 있는 사람들이 아들의 관례를 행할 때에 빈(賓)을 초청하는 문제나 장소와 폐백을 성대하게 치루는 문제가 있기도 했다. 혼례(婚禮), 상례(喪禮), 제례(祭禮)는 종족이나 양가의 높이에 따라 의논이 달라 바로잡기가 어려우나 관례는 마음먹기에 따라 바로잡기가 쉽다고 말한다.


Ⅱ. 전통 관례

관자(冠者)의 나이가 적정 연령에 이르면 택일하여 관례일을 정하는데, 이때에는 부모에게 기년(朞年) 이상의 상(喪)이 없어야 비로소 행할 수 있다. 관례는 길사(吉事)이므로 집 안에 흉사(凶事)가 있을 때에는 한 집안에 길례와 흉례가 함께 할 수 없다. 조부모나 백숙부의 상도 기년상이기 때문에 이런 친족의 상중(喪中)에는 관례를 행할 수 없었다.


  1. 관례 의식전 준비

  가. 사당에 고함 (告于祠堂)

관례일 사흘 전에 주인이 사당에 고한다. 고대에는 날짜를 점쳤으나, 다만 정월 안에 하루를 택하는 것이 좋다. 이때를 놓치면 4월이나 7월 등 한 계절이 시작되는 첫 달의 초하루에 한다. 관례의 시작과 끝에 사당에 알리는 의식은 조(祖)와 종(宗)의 연결의례임을 뜻하며, 조상과 나의 현재를 이어주는 상징이다. 무릇 예란 자신을 낮추고 남을 존중하는 것으로, 이는 신분의 귀천을 떠나서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이니 ‘毋不敬’의 마음으로 예를 행하고자 했던 선인들의 생활에서 집안의 중대사인 관례를 조상에게 고하는 의식은 당연한 절차였다.


  나. 주례자를 청함 (賓)

관자(冠者)에게 관을 씌워주고 축사(祝辭)를 하며 초례(醮禮)를 하고 자(字)를 지어주는 빈은 관례 의식을 주관하는 핵심 역할을 맡은 주례자(主禮者)이다. 덕망이 있고 예법을 잘 아는 빈객을 초청하여 의식을 주관하게 함으로써 관례가 단지 가족내의 행사만이 아니라 문중이나 지역사회의 공인된 행사임을 인식시켜, 관자로 하여금 그 사회의 일원으로서 위계질서체계에 순응하며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갖도록 하는 공식적인 의례라고 볼 수 있다.


  다. 관계자와 준비물 

   1) 관례

󰋮 집례자(빈), 시자, 주인(主人-관례자 부), 관례자, 집사 

󰋮 준비물 : 병풍(화조 글씨병풍), 화문석, 예탁, 예탁보, 망건, 탕건, 갓, 빗, 관분(대야)2개, 작(대야받침), 세건(수건)2개, 곁상, 잔, 술병

󰋮 복식(服飾) : 삼가전 바지 저고리 사규삼 복건. 초가(初加)-망건 치포관 심의. 재가(再加)- 갓 도포 띠 행전. 삼가(三加)- 관복일체(사모관대 목화) 

   2) 계례

󰋮 집례자, 시자, 주부(主婦-계례자 모), 계례자, 집사

󰋮 준비물 : 병풍, 화문석, 예탁, 예탁보, 쪽, 비녀, 빗, 관분(대야), 작(대야받침), 세건 (수건)2개, 다례도구, 곁상 생활차

󰋮 복식 : 삼가전 홍치마 노란저고리 빨간댕기. 초가-당의 화관 홍치마 비녀. 재가-배자 두루마기 아얌. 삼가- 스란치마 원삼(쪽두리 봉띠 비녀 앞댕기 뒷댕기) 


  라. 진설(陳設) 

관례 당일 행례에 필요한 여러 준비물을 미리 제자리에 갖추어 놓는다. 의례를 행할 때 관세위(冠歲位)를 설치하는 까닭은 정화의례(淨化儀禮)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삼가례 때 관을 씌우기 전에 빈은 먼저 손을 씻음으로써 관의 소중함을 나타내고 의례의 신성함과 경건함을 더하는 정화의 의미가 있다.


  2. 관례 의식 

  가. 三加禮

성인이 되었음을 상징적으로 각인시키는 절차가 바로 삼가의 예이다. 삼가란 세 차례에 걸쳐서 성인의 복장으로 갈아입히는 것인데, 이를 통해 성인의 뜻과 몸가짐, 그에 맞는 덕을 갖추기를 기대한다. 복장을 세 차례에 걸쳐서 갈아입힐 때마다 축문을 읽는데 성인이 되기 위하여 관례를 행하는 주인공에게 요구하는 언약의 성격을 지닌다.

   1). <初加祝>

“길한 달 좋은 날에 비로소 원복을 입었으니, 너의 어린 뜻을 버리고, 너의 어른스런 덕을 따르면 장수하고 상서로우며 너의 큰 복을 크게 하리라”                  (令月吉日 始加元服 棄爾幼志 順爾成德 壽考維祺 介爾慶福)

   2). <再加祝>

“좋은 달 좋은 날에 너의 옷을 거듭 입히니, 너의 위의를 삼가고 너의 덕을 맑게 하여 영원토록 살면서 오래도록 큰 복을 받으리라”                                (吉月令辰 乃申爾服 敬爾威儀 淑愼爾德 眉壽永年 永受胡福)

   3). <三加祝>

“좋은 해 좋은 달에 너의 옷을 다 입혔으니, 형제가 함께 살면서 덕을 이루고 오래도록 수를 누리며 하늘의 경사를 받으리라”

(以歲之正 以月之令 咸加爾服 兄弟具在 以成厥德 黃耈無疆 受天之慶)


동자복에서 시작하여 성인의 평상복 외출복 예복으로 갈아입히는 삼가례의 의식은 어린이의 세계에서 분리되어 어른의 세계로 통합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가정에서 사회로, 또 국가를 위해 일을 하게 되는 각 단계에 맞는 복장을 두루 갖춰 입힘으로써,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던 좁은 소견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생활의 질서를 유지하며 국가 동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마음자세를 갖도록 하는 의미를 가진다.


  나. 초례 (醮禮)

<醮禮祝>

“맛있는 술이 이윽고 맑아졌으니, 좋은 안주와 향기로운 술을 절하고 받아 제(祭)를 지내어 너의 상서로움을 안정시키고, 하늘의 기쁨을 이어 수를 누리며 오래도록 아름다운 이름을 전하라”

(旨酒旣淸 嘉薦令芳 拜受祭之 以定爾祥 承天之休 壽考不忘)


일반적으로 지위나 신분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간단한 예를 행할 때 술잔을 권하기만 할 뿐, 술잔을 받은 사람이 다시 이에 대한 보답으로 술잔을 올리지 않는 것을 초례(醮禮)라고 한다. 초례 때 술을 조금 땅에 부어 제를 지내는 이유는 자지자신의 근본 뿌리인 조상을 잊지 않는 마음에서이다. 초례 때 술을 내리는 것은, 이제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술을 마셔도 좋다는 허용의 의미와, 술을 마시되 어른 앞에서 바른 주도를 배움으로써 절도 있게 품위를 잃지 않도록 제한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초례를 함으로써 비로소 성인 사회에 편입되어 성인으로서의 새로운 지위와 관계에 의한 질서가 형성되므로 이는 하나의 통합의례이며 술을 통한 정화의례인 동시에 의식의 경건함을 더해주는 이미다.


  다. 자를 내려줌 (字冠者禮)

<字辭>

“예의가 이미 갖추어졌으니 좋은 달 좋은 날에 너의 자를 밝혀 고한다. 이 자는 매우 아름다워 뛰어난 선비에게 마땅한 바이고 복에 마땅하니 길이 받아서 보존하라”(禮儀旣備 令月吉日 昭告爾字 爰字孔嘉 髦士攸宜 宜之于嘏 永受保之)


관례 때 관자의 자(字)를 지어주는 까닭은 본명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관자를 존중하는 뜻에서 이름 부르는 것을 피하고 이름 대신 부르는 칭호를 자라고 한다. 이는 원명을 소중히 여기고 관을 쓴 사람을 타인이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성인된 사람의 성품에 맞게, 또는 원하는 덕을 성취하도록 하는 소망을 담은 자를 부름으로써 기성사회(旣成社會)로의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다. 관례를 올리고 자를 가지게 되면 이름대신 자로써 부른다.

星湖이익은 “사람은 이름으로 몸을 바르게 하고, 자로써 덕행을 표상한다.” 하여 자(字)를 ‘表德’이라고 하였다. 호가 대부분 풍류와 해학적인 것과는 달리 자는 보다 근엄하고 실천적인 덕목이 담긴 글자로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관례를 올려 어른이 되었으니 행동도 그에 걸맞도록 해야 하는 만큼, 자는 늘 마음에 새겨 실천할 의미가 담기도록 했던 것이다.


  3. 관례 의식을 마치고

  가. 사당을 찾아 뵘 (見於祠堂)

관례 후 주인은 관자를 데리고 사당에 뵙고 “아무개의 아들 아무개가 오늘 관례를 마치고 감히 뵙습니다.”


  나. 어른을 찾아 뵘 (見於尊長)

관례 후 관자는 웃어른들을 뵙고 인사를 드리는데, 堂가운데는 부모만 앉는다. 이는 부모가 가장 어른이기 때문이다. 부모에게만 사배를 하고 그 외에는 재배를 하도록 되어 있다. 이때 관자가 성인으로서의 예를 갖추기 위해 절을 올리는데 그를 위해 일어섬으로써 사회적으로 공인된 어른으로 대우해 주는 것이다. 관례후 향리의 대부나 어른을 찾아뵙는 것은 성인이 되어 인사드리는 뜻도 있으나, 대개는 어진 말씀과 가르침을 듣기 위해서다.


  다. 마을 어른들을 찾아 뵘 (見於鄕先生)

관자가 집 안에서 어른들을 뵙는 인사를 마치면, 집 밖으로 나가서 향선생과 아버지 친구들을 뵙는다. 이제까지는 집 안에서 혈연적 관계로 맺어진 친족들과 인사를 나눈 것이라면, 집밖에서는 사회적 관계로 맺어진 어른들께 인사를 올리는 것이 된다.


Ⅲ. 마무리

관례란. 몸과 마음이 성숙하여 한 사람의 성년으로서 자기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인간관계에서 스스로의 위치에 따른 역할을 충분히 해 낼 수 있는 시기에 이르렀을 때에, 그로 하여금 성인의 예를 책임 지워줌으로써, 한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여주는 의식이다. 

성인의 예를 권장하는 것은 사람의 자식으로서, 아우로서, 신하로서, 연소자의 예를 행하기를 권하는 것이다. 가정과 사회의 모든 인간관계를 포괄하는 것이며 대인관계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행하기를 권하는 관례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단계에 있는 성년자들에게 필요한 덕목을 깨우치게 해주는 의례이며,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관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행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시속을 절충하여 시대에 맞는 형식으로 관례의 의미를 살린 현대적 성년례의 시행이 가능하리라 본다.



2006년 5월 12일 강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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