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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논어로 풀어보는 나이

- 미니자서전

 

류창희

 

감히, 자서전이라니요. ‘운기칠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한고비 고비마다 겨우겨우 통과했죠. ‘지금, 여기있다는 것이 스스로 기특합니다. 저는 현재 논어를 읽고 있으니, 춘추전국시대 논어 속 공자님의 나이 나눔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공자께서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자립하였고, 마흔 살에 의혹하지 않았고, 쉰 살에 천명을 알았고, 예순 살에 귀로 들으면 그대로 이해되었고, 일흔 살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법도를 넘지 않았다.

子曰 吾十有五而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 論語爲政

 

논어의 문구는 짧고 경쾌합니다. 왜냐? 공자와 공자 제자들이 서로 주고받는 이야기입니다. 문서는 길어도 보관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말이 길면 누구라도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모름지기 토론이란 문답 사이를 불쑥 치고 들어가, 잽싸게 빠져나오는 순발력이 관건입니다. 공자님은 키도 컸지만 귀가 엄청나게 컸다고 합니다. 경청의 달인이셨다더군요. 요즘 세태는 내가 옳다고 내 이야기만 끊임없이 하잖아요.

예전 어머니들도 내가 살아낸 것을 책으로 쓰면 열두 권은 된다.” 구전으로 자서전을 말씀하셨죠. 인생의 주인공은 누구죠? 그래요. 누구를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바로 나, 나로 태어난 것입니다. 내가 주인공이죠.

양지양능良知良能하시고 생이지지生而知之하셨다는 공자님도 자신이 주인공이죠. 그러나 공자님은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는 메타인지를 말씀하셨죠. 공자는 신이 아닌 인간, 아주 솔직한 사람입니다.

먼저 공자의 일생을 간략하게 정리해볼까요. 공자, 그는 성은 , 이름은 , 자는 仲尼입니다. 儒家始祖春秋戰國時代 중국 曲阜출생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5백 년 전, 나라 양공 22B.C551~479년 창평향 추읍에서 아버지 숙량흘 어머니 안씨에게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당시 아버지는 70세 어머니는 16세였다고 합니다. 어느 집이나 출생의 비밀 사연은 다 있죠. 하지만 오늘은 다 털어놓지 못합니다. 아버지는 3살 때 돌아가시고 홀어머니 손에 자라 어머니는 18세에 돌아가십니다.

아무리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라도 논문처럼 쓰면 바로 서고로 들어가 박제되죠. 글이란 읽힐 때, 제 기능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감히, 공자님의 일대기로 저의 미니자서전을 말해보려고요. 여러분들도 저와 함께 자신의 나이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고향의 봄> 한 곡을 합창하니, 어느새 고향땅의 유년입니다.

 

 

1. 소학小學 8, 불평즉명

물 좋고 산 좋은 곳, 경기도 포천입니다. <고전의 향기>가 나는 사랑채에서 할아버지가 ~,” 구성진 음률로 경서를 읽으셨죠. 윗대가 층층 살아계신 집성촌에서 손이 귀한 증손녀로 태어났습니다. ‘쇄소응대진퇴지절灑掃應對進退之節, 물 뿌리고 쓸고 응하고 대답하고 어른 앞에 나아가고 물러가는 예절을 배웠습니다. 출생자체가 축복이었습니다.

김삿갓의 행운유수行雲流水와도 같은 방랑벽을 닮았던 <아버지의 방>, 애절한 감성으로 화투장의 <이월 매조>가 되어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어머니. 정작, 화투 점에서 이월매조가 떨어지는 날은 엄마가 밤새도록 이불속에서 우는 날이었습니다.

당송 팔대가 중 한유韓愈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무는 가만히 서 있는데, 바람이 불어 소리를 나게 하고, 물은 고요히 고여 있는데, 바람이 불어 소리를 나게 한다.’불평즉명不平則鳴 , ‘편안하지 않으면 울게 된다.’는 문학이론입니다. 비 온 뒤의 햇살이 맑듯, 불행 뒤의 행복이 소중하듯, 저의 불우不憂는 자산입니다.

 

2. 지학志學* 15, 길음동 골목

분실초등학교에서 5학년 교과서를 싸들고 입성했습니다. 서울의 달을 수호하는 별들의 고향이죠. 시장에서 금방 짜낸 고소한 참기름이나 향긋한 들기름 냄새, 서민의 애환이 서린 향기죠. 길음吉音좋은 소리가 난다는 뜻입니다. 시장골목 사람들이 내는 난타소리, <길음동 골목>의 난타 소년도 같은 골목에서 자랐습니다. 은행 알을 또르르 굴려 중학교를 배정받은 뺑뺑이 1세대입니다. 중학교 교목이 학란배우는 난초였지만, 저는 늘 노심초사 <초사란焦思蘭>을 치며 주변 환경을 갈고 닦았습니다.

 

 

3. 약관弱冠 20, 손을 말하다

설상가상으로 폐에 하얀 찔레꽃이 만발하여 붉은 찔레 열매를 토하며, 결핵과 학업과 생계를 위해 사투를 벌이며 주경야독했습니다. <손을 말하다> 손톱 밑이 아렸죠. 그때 만약, 한 남학생과 연애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삶을 포기했을 것입니다. “나는 소싯적에 미천했던 까닭으로 다능했다.吾少也賤 故多能鄙事공자께서도 그러하셨는지 차마, 약관이란 단어는 논어에도 없는 나이입니다. 청춘의 보약은 단연 연애입니다.

 

4. 이립而立 30, 매실의 초례청

남쪽에서 유학 온 남학생이 축구공을 발로 뻥 차면 바로 바다로 떨어진다며, 바다를 보여주겠다고 꼬드겼습니다. 정말, 사랑의 깊은 바다에 풍덩 빠졌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로 아는?” “묵자” “자자요즘은 한마디 더 한다지요. “좋나?” 살아보니 어떠냐고요? “이방, 저 방, 다 좋아도 서방만큼 좋은 것이 없다하더니, 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고장, 부산으로 시집온 푼수 댁’ “사랑밖에 난 몰라” <매실의 초례청> 주인공입니다.

 

5. 불혹不惑 40, 학운學運에 중독되다

욕파불능欲罷不能 금단현상입니다. 끊으려고 해도 도저히 끊을 수 없는 경지, 바로 중독입니다. 부엌의 도마와 칼을 내려놓고, 날마다 책과 칠판을 디자인합니다. 해마다 새로운 장르를 하나씩 더합니다. 공자의 수제자 안연安淵처럼, 공부하다 요절할 나이가 지났습니다. 어느 유혹에도 휘둘리지 않습니다. 곳곳에서 마주치는 모든 일과 사물, 그리고 사람들, 내겐 스승 아닌 것이 없습니다. <욕파불능>의 도가니 능구能久의 시간입니다. 불혹은 흔들림이 없는 부동심不動心이라죠. <학운에 중독>되어 논어강의를 시작했습니다.

 

6. 지명知命 50, 화양연화花樣年華

서른에 오십을 꿈꿨습니다. ~, 정말 좋더라고요. 이래 좋고 저래 좋고,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는 유미주의唯美主義에 빠졌습니다. 모든 것이 익숙할 즈음, 어느덧 해질녘입니다. 2의 성, 갱년기입니다. 문득! 나는 지금 어디 쯤 가고 있을까?~” 위치 추적을 위해 내비게이션이 필요했습니다. 세상을 향해 나 여기 있다’ <발한>하여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오래된 숙변처럼 묵직했던 삶을 글로 쏟아내는 작업입니다.

이즈음, 멋지고 싶었습니다. 피와 칼이 두려워 성형도 못하고, 명품가방을 둘러맬 만큼의 배짱도 없으니, 마음이나마 명품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죠. 꼿꼿하게 당당하게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발휘하여 놀았어요. 맞아요, 겉멋이죠. ‘풍다우주風茶雨酒’, 바람 부는 날 차를 마시고, 비가 오는 날, 술을 마십니다.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 벗도 없이 혼자서도 곧잘 월하독작月下獨酌을 즐긴답니다. 수필집 매실의 초례청과 논어 에세이 빈빈을 발간하고, 또 언뜻 뜬구름을 탔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보라, 보라, 보라 빛. 오월의 오동 꽃, <화양연화>를 맘껏 누렸습니다.

 

 

7. 이순耳順 60, 어에 머물다

방학 때마다 주사위 던지듯, 자동차 한 대를 렌트하여 원 텐트, 투 피플!”을 외치며 내비아씨의 프로방스를 켜고 <봄의 질주>를 했습니다. 삶의 지표처럼 어렵기만 했던 시어른들도 <제우담화문><무늬만 며느리><옛날의 금잔디>의 편안한 곳으로 가셨습니다. 어언, 한 바퀴 돌아 화갑華甲입니다. 자칫 ‘<잉여>’인간이 될까 두렵지만, 귀로 듣는 것이 순해져 버럭할 일도 와락할 일도 점점 줄어듭니다. 버릴 것과 가질 것을 분별할 수 있는 평상심平常心심을 찾습니다. 그래요. 평온한 가운데 복병을 만났습니다. 아들이 아이들을 낳아, 어미라는 숭고함으로 <어에 머물다> 황혼육아 중입니다. 친정어머님은 돌아오지 못할 강가를 서성이고, 지고지순하던 남편은 뒤늦게 사추기를 맞아 대 놓고 반항을 합니다. 이러다 나의 말랑말랑한 감성을 잃을까 겁이 나기도 합니다.

 

 

8. 종심從心 70, 치사致仕하고 싶다

은퇴해야겠죠. 무릎에 앉은 손자 손녀도 내려놓고, 경제적으로 하던 일도 내려놓고, 운전면허증도 서랍에 집어넣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法度에 어긋남이 없는 불유구不踰矩고희古稀와 희수喜壽를 맞이하겠죠. 이때가 행복지수가 가장 만족한 나이라니 3의 황금기종심을 기대합니다. 인생은 커튼콜이 없죠. 그래도 저는 꿈을 그립니다. 순결은 잃었어도 오직 순수만은 지키고 싶은 <그리움은 수묵처럼> 말이죠.

논어의 주연이던 공자님은 73세에 자서전을 완성하셨습니다. 춘추전국시대 73이면 지금으로 치자면 100세는 훨씬 넘겠죠.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각자 내 나이의 주인공입니다. 도깨비 방망이 같이 멋진 세상. 신용카드 한 장과 스마트폰 하나면,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만사형통이라죠. , 누가 아나요? 운수대통運數大通하여 “99,88,123!” 외치며, 구십 구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하루, 이틀, 나흘째 되는 날, , 롱 타임의 자서전을 완성할는지요. 여러분들도 집에 가셔서 나이별로 나눠 자서전 한편씩 완성해보심이. 아직 70까지 안 살아봤다고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희망을 써 보시죠. 어때요? 너무 가볍다고요. 저는 명랑모드 신통, 방통, 소통하는 을 지니고 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로 유쾌 상쾌 통쾌, 통통통!

지금, 저는 타타타 메타 메타논어 한권을 탈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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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柳昌熙 수필가 저서 : 메타논어 『타타타 메타』 2019. 논어에세이『빈빈』 2014.

『내비아씨의 프로방스』 2017. 『매실의 초례청』 2008.

2) 옛날 소학교에서 사람을 가르치되, 물 뿌리고 쓸며 응하고 대답하며 나가가고 물러가는 예절과 어버이를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스승을 높이고 벗을 친히 하는 방도. - 古者小學 敎人以灑掃應對進退之節 愛親敬長師親友之道 - 小學書題

3) 不平則鳴: 大凡物不得其平則鳴 草木之無聲 風撓之鳴 水之無聲 風蕩之鳴.(당나라의 문학가 한유韓愈, 768~824) -送孟東野序

4) 弱冠 : 스무 살을 달리 이르는 말. ≪예기≫ <曲禮篇>에서, 공자가 스무 살에 관례를 한다고 한 데서 나온 말.

5) 안연이 감탄하며 “선생님은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고, 뚫고 들어갈수록 더욱 깊다. 마치 바로 앞에 계신 듯 했는데 홀연히 뒤에 계시다. 선생님은 차근차근 남을 잘 유도하셔 학문으로 나를 넓혀주시고 예로써 나를 단속해 주신다. 그만두려 해도 그만둘 수 없어 나의 재능을 다해서 좇으려하니 문득 앞에 계신 듯 우뚝하시다. 비록 선생님을 따르려하나 어찌할 도리가 없도다.

顔淵 喟然歎曰 仰之彌高 鑽之彌堅 瞻之在前 忽焉在後 夫子 循循然善誘人 博我以文 約我以禮 欲罷不能 旣竭吾才 如有所立 卓爾 雖欲從之 末由也已 - 語子罕

6) 浩然之氣 : 道義根據를 두고 굽히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바르고 큰마음 - 孟子 公孫丑篇

7) 月下獨酌 :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舉杯邀明月 對影成三人 月既不解飮 影徒隨我身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我歌月徘徊 我舞影零亂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 당나라 시인 이백

 

8) 타타타 : 진여(眞如)"있는 그대로의 것" "꼭 그러한 것"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타타타(तथाता, tathātā)의 번역어이다.

 

 

* 2019년 11월 29일

인문학 시민강좌 퇴계학 부산연구원 특강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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