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창희 2017. 2. 21. 13:50

琵 琶 行 비파행 


백거이


* 1. 심양강 나루에 울려퍼진 천하 절창 비파소리


尋陽江頭夜送客       심양강 나루에서 밤중에 손님을 보내려니 

심양강두야송객 


楓葉荻花秋瑟瑟      단풍잎, 갈대꽃에 가을 바람 소슬하네 

추엽적화추슬슬 


主人下馬客在船     주인이 말에서 내리니 손님은 배에 있어 

주인하마객재선 


擧酒欲飮無管絃     술을 들어 마시려니 음악이 없네 

거주욕음무관현 


醉不成歡慘將別     취해도 즐거움이 없어 슬픈 마음으로 이별을 하려 하니 

취불성환참장별 


別時茫茫江浸月     때마침 망망한 강물위엔 달빛만 젖어 드네 

별시망망강침월 


忽聞水上琵琶聲     홀연히 물 위에서 비파 소리 들려오니 

홀문수상비파성 


主人忘歸客不發     주인도 돌아갈 일을 잊고 손님도 떠나지 못하네 

주인망귀객부발 


尋聲暗問彈者誰     소리를 따라 그윽히 비파 타는 이가 누구냐고 물으니 

심성암문탄자수 


琵琶聲停欲語遲     비파 소리는 그쳤는데 대답이 늦어지네 

비파성정욕어지 


移船相近邀相見     배를 옮겨 가까이 가서 만나기를 청하여 

이선상근요상견 


添酒回燈重開宴     술 따르고 등을 밝혀 다시 술자리를 열었네 

첨주회등중개연 


千呼萬喚始出來     천 번을 부르고 만 번을 불러서야 비로소 나타나는데 

천호만환시출래 


猶抱琵琶半遮面     가슴에는 비파를 안고 얼굴은 반쯤 가리웠네 

유포비파반차면 


轉軸撥絃三兩聲     축을 돌리고 채를 줄에 넣어 두 세 번 퉁겨보니 

전축발현삼량성 


未成曲調先有情     곡조를 이루기 전에 정이 먼저 흐르네 

미성곡조선유정 


絃絃掩抑聲聲思     한 줄 한 줄마다 감정을 억누르고 소리 소리마다 마음을 실어 

현현엄억성성사 


似訴平生不得志     평생에 못 다한 뜻을 하소연하는 듯하네 

사소평생부득지 


低眉信手續續彈     눈썹을 내리 깔고 손이 가는대로 비파를 타니 

저미신수속속탄 


說盡心中無限事     마음속 끝없는 사연을 모두 털어 놓는 듯하네 

설진심중무한사 


輕롱慢撚撥復挑    가벼이 누르고 비벼 뜯고 또 다시 퉁겨내니 

경롱만년발복도 


初爲霓裳後六幺    처음은 예상곡이오, 뒤에는 육요곡이네 

초위예상후륙요 


大絃조조如急雨    큰 줄은 시끄러운 소나기 같고 

대현조조여급우 


小絃切切如私語     작은 줄은 갸냘픈 속삭임 같네 

소현절절여사어 


嘈嘈切切錯雜彈    시끄럽고 갸냘픔을 섞어서 타니 

조조절절착잡탄 


大珠小珠落玉盤    큰 구슬 작은 구슬이 옥 쟁반에 떨어지는 듯하네 

대주소주락옥반 


間關鶯語花底滑     때로는 꾀꼬리가 꽃 사이에서 지저귀는 듯하고 

간관앵어화저활 


幽咽泉流氷下灘      때로는 흐르는 물이 얼음 아래에서 흐느끼는 듯하네 

유인천류빙하탄 


氷泉冷澁絃凝絶     찬 물이 얼어붙듯이 줄을 잠시 멈추니 

빙천랭삽현응절 


凝絶不通聲漸歇     멈춘 줄이 그쳐서 소리 또한 멎었네 

응절부통성점헐 


別有幽愁暗恨生     문득 깊은 근심과 남 모를 한스러움이 그윽히 생겨나니 

별유유수암한생 


此時無聲勝有聲     이때는 소리 없는 것이 소리 있는 것보다 더 낫네 

차시무성승유성 


銀甁乍破水漿迸     갑자기 은병이 깨져 술이 쏟아져 나오는 듯하고 

은병사파수장병 


鐵騎突出刀槍鳴     철기가 맹렬히 뛰어나와 칼과 창을 부딪치듯 소리를 내네 

철기돌출도창명 


曲終收撥當心劃    곡이 끝나 채를 거둬 가운데를 주욱 그으니 

곡종수발당심획 


四絃一聲如裂帛    네 줄이 한 소리로 비단 찢는 소리를 내네 

사현일성여열백 


東船西舫悄無言    강 위의 모든 배가 숨죽여 말을 잊고 

동선서방초무언 


唯見江心秋月白     오직 강위에는 휘엉청 가을 달빛만 보이네 

유견강심추월백 




* 2. 늙은 창부의 회상과 하소연


沈吟放撥揷絃中    한숨 짓고 채를 놓아 줄 사이에 끼워두고 

침음방발삽현중 


整頓衣裳起斂容     의상을 정돈하고 일어나 자세를 고치고서 

정돈의상기렴용 


自言本是京城女     스스로 말하기를 본래 서울에 살던 여자인데 

자언본시경성녀 


家在蝦마陵下住    집은 하마릉 아래에 있었다네 

기재하마능하주 


十三學得琵琶成    열세살에 비파를 모두 배우고 

십삼학득비파성 


名屬敎坊第一部     이름이 교방 제일부에 속해 있었는데 

명속교방제일부 


曲罷曾敎善才服    곡을 끝내면 악사들이 탄복을 하고 

곡파증교선재복 


粧成每被秋娘妬    화장을 하면 매번 미인들이 질투를 하였다네 

장성매피추낭투 


五陵年少爭纏頭     오릉의 젊은이들이 앞다투어 선물하여 

오릉년소쟁전두 


一曲紅초不知數     한 곡에 붉은 비단을 수없이 받았다네 

일곡홍초부지수 


鈿頭銀비擊節碎     작은 머리 은빗은 장단을 두드리다 깨뜨리고 

전두은비격절쇄 


血色羅裙飜酒汚     붉은 비단 치마는 술을 쏟아 얼룩졌다네 

혈색라군번주오 


今年歡笑復明年     웃고서 즐기다가 한해 두해 보내어서 

금년환소복명년 


秋月春風等閑度     봄이 가고 가을이 오는 줄을 모르고 지냈다네 

추월춘풍등한도 


弟走從軍阿姨死     아우는 군대에 나가고 어머니 마저 죽고 

제주종군아이사 


暮去朝來顔色故     어느덧 아침 저녁으로 곱던 얼굴이 변해버렸다네 

모거조래안색고 


門前冷落車馬稀     문 앞이 쓸쓸하고 찾는 손님도 뜸해져서 

문전랭락차마희 


老大嫁作商人婦     나이 들어 하릴없이 상인의 아내가 되었다네 

노대가작상인부 


商人重利輕別離     상인은 이익을 중시하고 이별을 가벼이 여겨 

상인중리경별리 


前月浮梁買茶去     지난 달에 부량으로 차를 사러 떠났다네 

전월부량매다거 


去時江口守空船     떠난 때 강 어귀에서 빈 배를 지키는데 

거시강구수공선 


繞船月明江水寒     배주위의 달빛은 휘엉청하고 강물은 차가웠다네 

요선월명강수한 


夜深忽夢少年事     밤이 깊어 문득 어린 시절 꿈을 꾸니 

야심홀몽소년사 


夢啼粧淚紅欄干     꿈결에 울음 울어 눈물이 난간을 적셨다네 

몽제장루홍난간 




* 3. 백낙천의 좌천 생활 하소연


 

我聞琵琶已嘆息     내가 비파 소리를 듣고 이미 탄식했는데 

아문비파이탄식 


又聞此語重唧唧     여인 말을 들으니 다시금 한숨이 나네 

우문차어중즉즉 


同是天涯淪落人     우리는 똑같이 하늘가를 떠도는 불행한 신세 

동시천애륜락인 


相逢何必曾相識     서로의 만남이 어찌 아는 사이뿐이랴 

상봉하필증상식 


我從去年辭帝京     나는 지난 해에 서울을 떠나 

아종거년사제경 


謫居臥病尋陽城     심양성에 귀양와서 병들어 누워있다네 

적거와병심양성 


尋陽地僻無音樂     심양 땅은 외지고 음악이 없어 

심양지벽무음악 


終歲不聞絲竹聲     한 해가 다 가도록 악기 소리를 못 들었다네 

각좌촉현현전급 


住近盆江地低濕     분강 가까이에 살아 땅이 낮고 습한데 

주근분강지저습 


黃蘆苦竹繞宅生     갈대와 대숲만이 집을 둘러 무성하다네 

황로고죽요댁생 


其間旦暮聞何物     그 간에 아침 저녁으로 듣는 소리는 무엇인고 

기간단모문하물 


杜鵑啼血猿哀鳴     두견새의 피맺힌 울음과 원숭이의 구슬픈 소리뿐이라네 

두견제혈원애명 


春江花朝秋月夜     봄철 강가에 꽃 핀 아침과 가을 밤 달빛 아래 

춘강화조추월야 


往往取酒還獨傾     가끔은 술을 가져와 홀로 잔을 기울였다네 

왕왕취주환독경 


豈無山歌與村笛     어찌 산 노래와 시골의 피리 소리가 없으랴마는 

기무산가여촌적 


嘔啞嘲절難爲聽     조잡하고 시끄러워 들어주기 어렵다네 

구아조절난위청 


今夜聞君琵琶聲     오늘 밤 그대의 비파 소리를 들으니 

금야문군비파성 


如聽仙樂耳暫明     신선 음악을 들은 듯 귀가 잠시 맑아졌다네 

여청선악이잠명 


莫辭更坐彈一曲     사양하지 말고 다시 앉아 한 곡을 들려주오 

막사경좌탄일곡 


爲君飜作琵琶行     내 그대 위해 흔쾌히 비파행을 지으리라 

위군번작비파행 




* 4. 동병상련의 눈물, 화려한 날들은 가고



感我此言良久立     내 말에 느꼈는지 한 동안 서 있다가 

감아차언량구립 


却坐促絃絃轉急     물러 앉아 줄 울리니 줄은 점점 빨라지네 

각좌촉현현전급 


凄凄不似向前聲    처절하기 그지 없어 앞의 곡과 영 다르니 

처처부사향전성 


滿座重聞皆掩泣     자리에 앉은 모든 사람이 소리 죽여 흐느끼네 

만좌중문개엄읍 


座中泣下誰最多     그 중 누가 눈물을 가장 많이 흘렸는가 

좌중읍하수최다 


江州司馬靑衫濕     강주 사마의 푸른 적삼이 흠뻑 젖어 있다네 

강주사마청삼습 



* 당나라 시인 백낙천

좌천당한 시인 자신의 심정을 버림받은 여인의 처지에 빗대어 노래한 <비파행>

 버림받은 자의 아픔을 담은 처절한 비파소리 

815년 5월 당나라 수도인 장안(長安)에서 

재상 무원형(武元衡)이 오원제등 반도들이 보낸 자객에 의해 암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정치적인 음모와 관련된 사건이라 모두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으나, 

의분을 못 이긴 백거이는 관리들을 대신해 범인체포를 상소하였다. 

그러나 간관(諫官)이 아닌 자가 상소를 올렸다는 이유로 

백거이는 44세 때인 서기 815년에 강주사마(江州司馬)로 좌천되어 4년 간 강주와 여산에 머물렀다. 

좌천되고 그 이듬해인 서기 816년 어느 가을밤 백거이가 심양강둑에서 친구를 전송하는데, 

처량한 비파소리가 들려왔다. 

심금을 울리는 비파소리에 크게 감명을 받은 백거이는 

비파 타는 여자를 불러 그녀의 기구한 사연을 듣게 되었다. 

나이 들어서 버림받은 여인에게 동병상련을 느낀 작가는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그녀의 처지에 빗대어 노래했고 

이것이 바로 비파행(琵琶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