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詩 選
茶詩選 다시선
‘茶半香初’를 닮고 싶은
春野 柳昌熙
茶山과 茶 다산과 차
山茶濯䐜 산다탁진
다산의 시 <耽津村謠 탐진촌요>는
그가 탐진 어촌으로 귀향 갔을 때
그곳에서 보고 느낀 풍물을 노래한 것임
山茶接葉冷童童 산다접엽냉동동
雪裡花開鶴頂紅 설리화개학정홍
一自甲寅鹽雨後 일자갑인염우후
朱欒黃搖진枯叢 주란황요진고총
산다 나무 잎새가 찬 속에서 파릇파릇
눈 속에 맺혔다가 학 목처럼 붉게 폈다.
갑인년 어느 날 염우내린 후
붉은 꽃 파란 잎 모두 말랐네
莞州黃漆瀅琉離 완주황칠형류리
天下皆聞此樹奇 천하개문차수기
聖旨前年蠲貢額 성지전년견공액
春風髡櫱又生枝 춘풍곤얼우생지
완주산 황 옻칠은 빛나기 유리 같애
이 나무 귀하다 천하에 소문났네
전년에 임금께서 옻칠 공납 풀어 준 뒤
말랐던 이 나무에 새 가지 뻗어났네
自古漸台嗜鰒魚 자고점태기복어
山茶濯䐜語非虛 산다탁진어비허
옛날부터 벼슬에 오르면 복어를 좋아하고
山茶 물로 기름을 씻는다더니 빈말이 아니로다
그윽한 서재에 홀로 누워
鄭夢周의 茶詩 정몽주의 다시
石鼎茶初沸 석정다초비
風爐火發紅 풍로화발홍
坎离天地用 감리천지용
卽此意無窮 즉차의무궁
돌 솔에 차 끓기 시작할 제
풍로에 불빛은 붉다
감수는 아래에 있게 되어
수화미제(水火未濟)의 병
바로 이 뜻이란 무궁무진한 것이리
報國無效老書生 보국무효노서생
喫茶或癖無世情 끽다혹벽무세정
幽齊獨臥風雪夜 유제독와풍설야
愛聽石鼎松風聲 애청석정송풍성
나라에 바쳤으나 공이 없는 늙은 서생
차 마시기 버릇되고 세상은 무정해라
눈바람 치는 밤, 그윽한 서재에 홀로 누워
즐겨 듣는 것은 돌 솥에 부는 소나무 바람
-圃隱集-
女流漢詩 중의 茶詩選 여류한시 중의 다시선
차 달이며 잠 못 이루면
莫使離人聽 막사리인청
空將別恨侵 공장별한침
烹茶閑不寐 팽다한불매
弧角忽晨音 호각홀신음
이별한 자에게는 듣게 말 것이니
부질없이 이별의 恨 다치게 하리라
茶 끓이며 한가로이 잠 못 이루니
외로운 호각소리 홀연히 새벽을 고하네
-서형수각-
머리맡 차 끓는 새벽
楊柳細腰攀甚軟 양류세요반심연
桃花雙臉嗅猶香 도화쌍검후유향
烹茶爛熟窓全曙 팽다란숙창전서
誰囑叉鬟無跡行 수촉차환무적행
가는 버들허리는 부드럽기만 하고
복사꽃 두 볼은 마냥 향기 높구나
머리맡 차는 끓고 창은 그대로 밝은데
누가 차환으로 하여금
이렇게 조용히 하도록 하였을까
-姜只在堂-
陶隱茶詩 도은다시
샘물 달콤하니 차 달이기 알맞네
泉甘宜煮茗 천감의자명
日永好看山 일영호간산
찾아서 서로가 못 만나보니
찻잔의 향기만 마시노라네
相尋不相見 상심불상견
領此酒盃香 영차주배향
밥 먹은 뒤에 찻잔 기울여,
이 맛 벌써 알았더라면
다시 공명 구하려 하였겠는가
詩藁昑餘改 시고금여개
茶甌飯後傾 다구반후경
從來知此味 종래지차미
更別策功名 갱별책공명
차 달이니 병 속에서 지렁이 소리,
시를 쓰니 묵 빛은 까치가 뒤치는 듯
煮茶餠叫蚓 자차병규인
題句墨翻鴉 제구묵번아
편지 보는 것이 얼굴 보는 것과 같고,
차를 달여 창자를 씻누나
得書如見面 득서여견면
煮茗且澆腸 자명차요장
고요한 낮에 차 연기는 살살 날고,
밤 깊으니 새는 물소리 뚝뚝 들려
晝靜茶烟飄荏재 주정다연표임재
更深漏水響丁東 경심루수향정동
齋(재) 파하고 차 사려고
성내에 들어오며 읊은 뒤에
붓 던지고 누워서 산을 보네
齊罷買茶時入郭 제파매다시입곽
吟餘閣筆臥看山 음여각필와간산
송악산 바위틈에 샘물이 흐르니,
소나무 뿌리가 맺힌데서 오네
松山嚴罅細泉縈 송산암하세천영
知自松根結處生 지자송근결처생
솔바람이 비를 불러 찻병(茶甁)이 나오네
禪榻落花春寂寂 선탑락화춘적적
松風和雨出茶甁 송풍화우출다병
생각이 꼬리를 물고 돌고 돌아 끝이 없어,
다방에도 술집에도 따라 다니네
念念循環無盡期 염념순환무진기
茶房酒肆也相隨 다방주사야상수
한 그루 山茶(산다) 나무 정원에 가득 붉다.
어느 날 다시 꽃 아래 손님 되어
향기 안개 뿌리는 것 취한 뒤에 보게 될까.
金剛僧舍在城東 금강승사재성동
一樹山茶滿院紅 일수산다만원홍
何一更爲花下客 하일갱위화하객
醉看香霧灑空濛 취간향무쇄공몽
때로는 염치한 사람과 마시네
四溟당 惟政스님 사명당 유정스님
城市會聞大隱在 성시회문대은재
老師方丈正依然 노사방장정의연
點茶示我宗門句 점다시아종문구
知是西來格外禪 지시서래격외선
城市(성시)에 大隱(대은) 있다는 것 일찍이 들었더니
老師(노사)의 방장이 정히 의연하네
點茶(점다)하고 나에게 종문의 글귀 보이네
이것이 서쪽에서 온 格外(격외)의 禪(선)임을 알았네
竹院茶烟翠 죽원다연취
晴花三月時 청화삼월시
江湖浮暖氣 강호부난기
楊柳弄靑綠 양류롱청록
죽원에 차 연기 푸르고
비 개고 꽃피는 삼월이로세
강호에 따뜻한 기운 뜨고
버들가지는 푸른 실 희롱하네
翫月期王老 완월기왕로
登山擬子湖 등산의자호
沙彌開茗琬 사미개명완
湖佰展團蒲 호백전단포
달 보는 건 왕로와 기약하고
산 오르는 건 자호와 함께 하네
사미가 찻잔을 내놓고
호백은 방석을 펴네
黃柑每見斑兒獻 황감매견반아헌
靑茗時同染齒嘗 청명시동염치상
竣事還携多赤子 준사환휴다적자
秋洋隨意泛回艎 추양수의범회황
황감은 매양 반의 입은 아이가 드리는 것 보겠고
청명은 때로 염치한 사람과 마시네
일 마치고 돌아올 제 많은 적자들 이끌고 오니
가을 바다에 마음대로 돌아오는 배 띄우리
불평 쌓인 창자 깨끗이 씻어주네
寺刹 茶詩選 사찰 다시선
차 마시고 나니 달이 걸렸네
寺在烟霞無事中 사재연하무사중
亂山滴翠秋光濃 난산적취추광농
雲間絶磴六七里 운간절등육칠리
天末遙岑千萬重 천말요잠천만중
茶罷松簷掛微月 다파송첨괘미월
講闌風榻搖殘種 강란풍탑요잔종
溪流應笑玉腰客 계류응소옥요객
欲洗末洗紅塵蹤 욕세말세홍진종
사찰은 안개와 놀 속에 평화로이 있는데
산고 산에 중첩한 녹색 물들어 가을 빛 농염히 짙어가네
구름 사이 험한 돌길 육칠 리나 되고
하늘에 이어진 높낮은 산 천만겹이나 되네
차 마시고 나니 솔 처마에 희미한 달이 걸렸고
책을 읽고 나니 종소리 여운이 풍답을 흔드네
시냇물이 나비 같은 객을 비웃으며 흐르니
속세의 티끌을 씻으려다 그대로 날아가네
손수 新茶를 달이는 정성이여
夜雨朝來歇 야우조래헐
靑霞濕落花 창하습락화
山僧留歸客 산승류귀객
手自煮新茶 수자자신차
밤비 아침에 개더니
푸른 빛 어린 아지랑이 낙화에 스미다
산승은 돌아간단 객승 붙들고
손수 새 순 따 만든 차를 달이고 있네
차로써 뇌괴 마저 씻어 버리고(사명대사)
靑松白石坐來久 창성벡삭좌래구
日暮空翠沈橫塘 일모공취침횡당
寥寥陰壑産靈籟 요요음학산령뢰
晴川瀝瀝吹笙簧 청천력력취생황
僮收枯葉烹茗飮 둥수고엽팽명음
滌蕩磊塊平生腸 척탕뢰괴평생장
푸른 소나무 흰 돌에 오랫동안 앉았으려니
해 저물어 부질없이 푸른 산 빛만 연못에 잠기누나
고요한 응달 구렁에 바람소리 일고
비 개인 냇물 굽이쳐 마치 피리를 부는 듯
동자가 낙엽 주위 차를 달이니
평생에 불평 쌓인 이 창자 깨끗이 씻어주네
係出曹溪百代孫 계출조계백대손
行裝隨處鹿爲羣 행장수처록위군
傍人莫道虛消曰 방인막도허소왈
煮茗餘閑看白雲 자명여한간백운
조계종 이어받은 백대의 자손이
그 행장 가는 곳마다 사슴과 벗을 삼네
사람들아 헛되이 날 보낸다고 말하지 말라
차 달이는 여가에 흰 구름 쳐다본다네
마음은 재가되고 머리 이미 희니(淸虛茶詩)-서산대사
차 한잔에 자연과 동화되어
白雲爲故舊 백운위고구
明月是生涯 명월시생애
萬壑千峰裏 만학천봉리
逢人卽勸茶 봉인즉권차
흰 구름으로 옛 벗을 삼고
밝은 달이야 한 생애일레
만학천봉 속에서
사람을 만나면 차를 권하리
松榻鳴山雨 송탑명산우
傍人詠落梅 방인영락매
一場春夢罷 일장춘몽파
侍者点茶來 시자점다래
솔밭은 산 비에 울리는데
옆 사람은 지는 매화를 아쉬워하네
한바탕의 봄꿈 끝나니
시자가 차를 달여 오누나
한 잔 차에 業火를 사르고
衲子一生業 납자일생업
烹茶獻趙州 팽다헌조주
心灰髮已雪 심회발이설
安得念南州 안득념남주
중이 한평생 하는 일이란
차 달여 조주에게 올리는 것
마음은 재가되고 머리 이미 희니
어찌 다시 남주를 생각하리오
晝來一椀茶 주래일완다
夜來一場睡 야래일장수
靑山與白雲 청산여백운
共說無生事 공설무생사
낮이면 한 잔의 차요
밤이 오면 한바탕의 잠일세
청산과 흰 구름이
함께 無生을 이야기하네
共汲一澗月 공급일간월
煮茶分靑烟 자다분청연
日日論何事 일일론하사
念佛及參禪 염불급참선
한 시냇물 속의 달을 함께 길어
차 달여 그 푸른 연기 나누네
날마다 무슨 일 의논하는가
염불과 참선일세
破閑集중의 茶禮話 파한집중의 다례화
차 한 잔 마시기 전에
芍藥留春色 작약류춘색
軒前吐異香 헌전토이향
牡丹如在側 모란여재측
應愧百花王 응괴백화왕
작약은 봄빛을 붙잡고
마루 앞에서 기이한 향 토 하누나
모란이 곁에 있다면
모든 꽃 중의 왕이 된 것 부끄러워하리
차 한잔에 맑은 바람 겨드랑에서 일고
孟諫議之寄盧同 맹간의지기로동
習習淸風生兩腋 습습청풍생량액
王相國之贈平甫 왕상국지증평보
團團碧月墮九天 단단벽월타구천
맹간의에게 노동이 차 받았을 제
부드럽게 부는 맑은 바람이 양 겨드랑에서 생기는 듯 하다 했으며
왕상국이 평보에게 차 보낼 제
둥글디 둥근 푸른 달이 구천에서 떨어지는 듯 하다 했다네
高陽月師의 시에
三子聯珠繼父風 삼자련주계부풍
四枝仙桂一家中 사지선계일가중
連年雖占黃金榜 연년수점황금방
尙避龍頭讓老翁 상피룡두양로옹
세 아들이 아버지 풍류를 이어 연주를 계속하니
네 가지 선계가 한 집에 있네
해 이어 황금방 차지했으나
오히려 용두를 피함은 아비에게 사양했기 때문이라네
墨茶之辯(花潭 徐敬德) 묵다지면 화담 서경덕
山居 산거
雲巖我卜居 端爲性慵疎 운암아복거 단위성용소
林坐朋幽鳥 溪行伴戱魚 임좌붕유조 계행반희어
閒揮花塢箒 時荷藥畦鋤 한휘화오추 시하약휴서
自外渾無事 茶餘閱古書 자외혼무사 다여열고서
운암 아래 내 살던 곳 정한 건
정말 게으르고 느슨하기 때문일세
숲 속에 앉아 숲새들 벗삼고
시냇가 거닐며 노니는 고기들 벗하네
한가하면 꽃잎 지는 언덕길 쓸고
때로 호미 메고 약초 캐러 간다네
이밖에 전혀 할 일 없으니
차 한잔하고는 옛 책 뒤적이네
焚琴煮鶴 분금자학
뜨거운 슬픔-녹차를 마시며-朴義祥
파릇한 슬픔이여
네가 나에게 약이 되지 않는다 해도
너는 얼마나 소중하냐
두 손으로
너를 뜨겁게 받들면서
나는 떨고 있다
이 뜨거운 슬픔으로
나는 구만리를 가리라
차 마실 때(茶趣)
披咏疲倦 피영피권 시를 읊고 피곤할 때
歌罷曲終 가파곡종 노래가 끝나고 곡조를 마칠 때
杜門避事 두문피사 집에서 쉴 때
鼓琴看畵 고금간화 음악을 하며 그림을 감상할 때
夜深共語 야심공어 깊은 밤 벗과 담소할 때
小橋畵舫 소교화방 작은 다리 아래 아름답게 치장한 배에 있을 때
茂林修竹 무림수죽 우거진 대밭에서 마음을 닦을 때
小院焚香 소원분향 조그마한 서재에서 향을 사를 때
闌酒人散 난주인산 술자리가 끝나고 손님이 흩어질 때
心手閑適 심수한적 심신이 한가할 때
意緖粉亂 의서분란 생각이 어수선할 때
聽歌拍曲 청가박곡 노래를 들으며 박자를 맞출 때
明窗淨几 명창정궤 밝은 창가 책상에 앉아 있을 때
洞房阿閣 동방아각 언덕마루에 있는 누각에 있을 때
賓主款狎 빈주관압 중요한 문서에 날인 할 때
佳客小姬 가객소희 어여쁜 아가씨와 있을 때
訪友初歸 방우초귀 벗을 만나고 돌아올 때
風日晴和 풍일청화 하늘이 맑고 산들바람이 불 때
輕陰微雨 경음미우 가랑비가 내릴 때
課花責鳥 과화책조 꽃 떨어질까 참새를 쫓을 때
荷亭避暑 하정피서 정자에 누워 더위를 피할 때
兒輩齊館 아배제관 아이들이 학교에 간 때
姑射山 神仙 고야산 신선
艸衣禪師 張意恂-東茶頌
초의선사 장의순 동다송
姑射仙子粉肌潔 고야선자분기결
閻浮檀金心結 염부단금심결
고야산 신선의 흰 살결처럼 고우며
염부단금 같은 꽃다운 열매 맺었네
꽃 없는 동산에 분단장 고우며
꽃 심엔 황금빛이 어리어라!
茶信契 다신계
茶山 丁若鏞-유배생활중 茶詩 다산 정약용
巖泉手取洗茶甁 암천수취세다병
頻春藥臼煩無蘇 빈춘약구번무소
稀煮茶爐靜有塵 희자다로정유진
바위 샘물을 손수 떠서 찻 병을 씻네
약 절구질 잦아지니 번거로운 곰팡이는 없건만
드물게 달이는 차 풍로엔 먼지만 있네
乳泉과 黃茶 유천과 황다
高麗의 金克己 고려의 김극기
活火試芳茶 활화시방차
花瓷浮白乳 화자부백유
香柑味尤永 향감미우영
一啜空百慮 일철공백려
불피워 꽃다운 차를 마실 때
찻잔에 흰 젖같이 떠오른다
향미 더욱 그윽하여
한 잔 마시면 모든 시름 잊네
高麗 朴孝修 고려 박효수
鳥啼花落減芳年 조제화락감방년
客路光陰去忽然 객로광음거홀연
何日試茶龍井 하일시다용정
滿軒松月共夤緣 만헌송월공인연
새 울고 꽃 떨어질 때 청춘은 가고
객지의 세월은 빠르구나
어느 날 다시 용정수 차 맛을 보러 갈까나
소나무 사이에 가득한 달이 모두 인연인가 하노라
靜坐處茶半香初 정좌처다반향초
妙用時水流花開 묘용시수류화개
조용히 앉아 차를 반쯤 마셔도 향은 오히려 처음과 같고
묘하게 운용할 때 물 흐르고 꽃 피는 듯 하여라
琴茶 금차
白居易 백거이
兀兀寄形群動內 올올기형군동내
陶陶任性一生間 도도임성일생간
自抛官後春多醉 자포관후춘다취
不讀書來老更閑 불독서래노갱한
琴裡知聞唯淥水 금리지문유록수
茶中故舊是蒙山 다종고구시몽산
窮通行止長相伴 궁통행지장상반
誰道吾今無往還 수도오금무왕환
금과 차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나
내 멋대로 한 평생 즐겁게 살았네
벼슬을 그만 둔 후 봄이면 취하는 날 많아졌고
책읽기도 그만두니 늘그막에 더욱 한가롭네
음악이라면 <녹수곡>이나 겨우 알고
차로 말하자면 <몽산차>가 바로 나의 친구
형편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늘 함께 지내는 터
누가 지금 나에게 오가는 이 없다 하는가!